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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온라인 게임잼 1등한 후기게임 개발 일기 2020. 4. 23. 23:34
스마일게이트 온라인 게임잼 포스터(?) 스마일게이트 온라인 게임잼이 4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진행됐다. 대상은 개발 멤버십을 참여했던 사람들 대상으로 나는 SGM 개발 멤버십 9기에 [Epic Monad]로 참여했었기 때문에 자격이 주어졌다.
원래 이맘때쯤 한 번 씩 스마게에서 게임잼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회사가 사당 근처에 있었을 때도 한 번 게임잼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이번 게임잼이 특별했던 이유는 온라인 게임잼이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하고 디스코드로 방을 파서 대화하고 비캔버스로 서로의 기획을 확인하는 완벽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게임잼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잼을 해본 장단점을 간단하게 집고 넘어가면
장점 단점 침대에서 꿀잠 가능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기기로 작업 곁눈질로 팀원 상태 확인 불가 ㅠㅠ 밥 먹고 쉴 때 격렬하게 쉴 수 있다! 어깨너머로 실시간 작업 진행 상황 파악 불가 8ㅁ8 요약하면 장점은 개인적이고 단점은 조직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팀장을 맡았어서 조직적인 부분에서의 단점을 많이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뭐랄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로 2박 3일을 불태우는 것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마냥 아쉬웠다고 할 수도 없는게ㅋㅋㅋ 나는 게임잼하면서 수업도 듣고 과외도 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점심까지였는데 수업이 토요일 10~ 13시, 과외가 13시 30분 ~ 14시 30분이라서 온라인 덕을 톡톡히 봤다.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게임 맵짜고 있었긴 했지만...ㅎㅎ
그리고 침대에서 자는 것. 이거 진짜 좋다. 사실 이 장점 하나로 나머지 단점을 다 와그작 와그작 씹어먹을 수 있다. 게임잼하면 잠자리가 영 불편해서 잠을 자도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은데 집 침대에서 자다 보니까 진짜 너무너무 편하고 천국이 따로 없는 것이다. 4시간 반 정도만 자도 완전 숙면 꿀잠이라 어느 정도 피로를 회복하고 다시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예상 범위 내의 주제였다. 이번 게임잼 주제는 '잃어버린 일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좋은 이시국 주제였다. 주제가 발표되고 나는 생각했다.
'후훗... 예상대로군...'
오이오이! 1등을 하면 스위치를 준다니! 마지냐구! 사실 이 게임잼을 참여하게 된 제일 큰 이유는 1등 상품 때문이다. 1등 상품이 무려 스위치다! 게임 제작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많은 게임잼을 참여해서 나름의 잘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스위치를 받기 위해 토요일에 수업이 있고 과외가 있어도 이 게임잼을 참여했다! 하하하~!~!
따라서 주제를 예측했다는 것은 그 주제가 나왔을 때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기획을 바로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이고 남들보다 좀 더 앞선 스타트 라인에서 시작한다는 얘기다! 정말 스위치를 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등 상품을 보고 반드시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게임잼이 있을 주의 월요일부터 어떤 기획으로 게임을 만들까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게임잼의 특성상 특정한 주제에 걸맞은 게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제를 예측하거나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 기획을 생각해야 했다.
주제는 보통 스토리에 녹아들어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미리 기획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스토리 라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고 게임잼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여러 리소스를 돌려 쓸 수 있는 기획이 필요했다. 기본적인 리소스가 있을 때 그것을 조합해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테이지 개념이 필요했고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내가 자신 있는 장르를 고민해 본 결과 퍼즐 플랫포머라는 결론이 나왔다.
퍼즐 플랫포머의 코어한 재미는 얼마나 신박한 메카닉을 얼마나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단순히 신기한 메카닉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와야 한다. 난이도는 어렵지만 이해하기는 쉬워야 한다. 역시 좋은 게임의 대원칙이 적용된다.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어떤 퍼즐을 제시할까 고민하던 중 게임잼 시작 하루쯤 전에 트위터에서 이런 만화를 봤다.
Pascal Jousselin씨의 Invincible이라는 만화. 원본이 아마 프랑스어일텐데 누군가 번역해줬다. 이 만화를 보고 촉이 왔다. '아! 이거면 되겠다!' 만화의 내용은 노란 옷을 입은 주인공이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출해주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구해주는 방식이 신기하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만화의 컷이라는 개념을 깨고 아래쪽 컷에서 고양이를 구출해서 전해준다. 덕분에 네 번째 컷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존재하는 패러독스가 생겼다.
만화의 의도는 만화의 관념을 깬 것과 네번째 컷의 패러독스로 인한 할머니의 반응을 보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퍼즐 플랫포머의 기믹을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이것은 굉장히 직관적이면서도 신박하게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좋은 퍼즐의 기믹으로 다가왔다. 이거면 1등 할 수 있겠다고 확신한 나는 이 기믹을 실제 게임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간단히 생각하면서 게임잼에 참여했다.
처음 기획 발표 때 비캔버스에 그렸던 내용. 그림이 많이 허접하다ㅋㅋㅋㅋ 사실 나는 프로그래머를 할 생각이었다. 기획보다는 프로그래밍을 더 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래도 꽤 괜찮은 기획을 준비했으니 한 번 발표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적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이때 위의 만화를 같이 첨부했다면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만화를 못 찾았다ㅠㅠ 그래서 더 기획에 자신이 없었고 말로만 설명하려니 어려웠다. 그럼에도 팀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이 기획으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팀명은 머리를 쓰는 게임이니까 [브레인 스위치]로 했다. 왜 뒤에 스위치가 붙었지...? 이건 잘 기억이 안 난다...ㅋㅋ
실제 개발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쓰려고 했는데 막상 쓰려니 애매하다...ㅋㅋ 일단 아트 두 분의 실력이 엄청났다. 만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미국식 카툰의 느낌을 내고 싶다는 내 기획을 듣고 뚝딱하고 귀여운 캐릭터와 배경을 그려오셨다.
1-1 스테이지. 사진을 찍는다는 게임의 구조에 익숙해지도록 점프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완전 컨셉과 찰떡인 캐릭터와 배경 컷을 넘나드는 이 기믹이 직관적이기 위해서는 아트의 서포팅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아트 두 분의 실력을 보고 아트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더 자세한 아트의 내용은 아트 분의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https://blog.naver.com/jjingha0407/221916765210)
사실 프로그래밍이 좀 걱정이었다. 이게 컷을 넘어가는 게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 구현이 얼마나 잘될까?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깔끔하게 원하는 대로 잘 됐는데 사실 중간에 좀 불안했다....ㅋㅋ 금요일 저녁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토요일 저녁 8시 정도까지 메인 기믹이 완성이 안돼서 1-1 스테이지를 돌려보지 못해서 정말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야 할까..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다행히 토요일 밤에 깔끔하게 메인 기믹이 완성됐고 다시 자신감을 가지고 맵을 찍고 테스트해가면서 게임의 볼륨을 키웠다.
2-1 스테이지. 아파트를 탈출해서 환상의 세계로 가려고 노력하는 우리의 주인공. 기획은 나 혼자였는데 컷을 넘나 든다라는 이 기믹이 되게 자유도가 높아서 풀이 방법이 한 가지로만 존재하도록 하기가 어려웠다. 거의 한 스테이지 당 혼자서는 수십 번의 테스트를 해가면서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스테이지도 팀원들이 플레이해보면 2~3개 정도의 다른 방법의 풀이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유저가 flow를 탈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난이도 곡선을 그리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적절한 난이도 배치 같은 것은 포기하고 내가 의도한 움직임을 반드시 해야만 깰 수 있는 맵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게임을 만들고... 제출을 하고... 서로의 게임을 플레이해보면서 피드백을 작성하고... 결과 발표의 순간이 되자 매우 떨렸다. 솔직히 내가 만들었지만 2박 3일 동안 이렇게 잘 만든 게임이 나오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조들도 게임을 못 만든 것이 아니다. 어떤 조는 압도적인 아트 퀄리티를 자랑했고 어떤 조는 감성을 자극했다. 어떤 조는 내 취향 저격으로 피지컬적인 요소를 잘 녹여냈다. 그렇게 두근두근... 결과를 기다렸다.
이미지를 안찍어놔서...ㅋㅋ 아트님 이것좀 빌릴께요^^;; 결과는 1등 했다! 다들 재밌게 즐겨주신 것 같다. 스위치는 구하는대로 배송해주신다고 한다. 좀 오래 걸린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적어도 저한테는 미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1년 정도 기다릴 수 있어요~~ ㅎㅎ
Snap Dream.zip
drive.google.com
Walkthrough 영상과 빌드 파일을 첨부합니다~ 아마 버그가 몇 개 있을 텐데 너그럽게 눈감아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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